집밥연구

비오는 날엔 파전, 이 아니라 부추전!

단짠연구소장 2023. 6. 2. 12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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밖에 비가 왔다.

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장대비가 우수수 내렸다.

날씨를 보니 이 비는 1시간 뒤에 그치는 소나기였다.

그동안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피부로는 느끼지 못했는데, 이렇게 소나기가 내리는 걸 보니 여름이 오긴 했나 보다.

시원하게 비 내리는 소리를 집 안에서 듣고 있으면, 시끄러운데 평온하다.

약간 달콤한 치즈케이크와 쓴 아메리카노를 같이 먹으면 쓴데 달콤한 이중적인 느낌이랄까.

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바삭한 부추전이 먹고 싶어졌다.

근처 마트에서 부추 반 단에 1,500원에 팔고 있어서 사 왔다.

집에 부침가루와 계란은 있어서 부추만 샀다.

나는 요리를 잘하진 않지만 (꼴에) 자신감은 있어서 (근거 없는 자신감) 실패하든 성공하든 일단 내 생각대로 요리를 시작하는 편이다.

전을 만들 때도 그냥 눈대중으로 부침가루와 물, 계란을 섞어 적당한 점도를 만든 뒤, 부추를 새끼손가락 길이로 잘라 섞었다.

너무 밀가루물이 많은 전보다 부추가 더 많은 푸릇푸릇한 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부추를 섞고 나면 밀가루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.

프라이팬을 달군 뒤, 전 반죽을 고르게 펴서 지글지글 부쳐보았다.

처음엔 이게 전이될까 싶었는데 계속 부치다 보니 서로서로 잘 뭉쳐졌다.

전의 가장자리가 얇게 색이 좀 구워진 색이 나면, 뒤집개로 전을 꾹꾹 눌러가며 만들었다.

언제 티브이에서 봤는데, 옛날 할머니들은 전을 부칠 때 맨손으로 전을 꾹꾹 누르며 부쳤다고, 그래야 더 맛있는 전이 된다는 말을 들어서 나도 따라 해봤다.

내 손은 소중하니 나는 뒤집개로 꾹꾹ㅋ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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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들어진 전의 모습이다.

거의 얇은 부추 튀김인가 싶을 정도로 전이 잘 됐다.

부추전은 3장이 나왔다. 둘이 먹기 딱 적당한 정도!

가게에서 나오는 것처럼 엄청 바삭하고 맛있지는 않았지만, 부추향과 고소한 부침개 향이 같이 나면서 꽤 맛있었다.

다음엔 부추를 더 잘게 썰어봐도 좋을 것 같다. 그러면 부치기도 쉽고 만들기도 쉬울 듯!

부추전만 먹기엔 양이 너무 적어 보여서 라면을 끓였다. 라면 두 개에 만두와 계란도 넣었다.

사람이 두 명이니 이 정도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.

예전에 건강식만 챙기겠다며 라면을 끊었었는데 요즘에는 다시 먹기 시작했다.

역시 몸에 나쁜 건 끊기 어려운 법이다.

흔한 가정집 저녁 밥상. jpg

우리는 집에 식탁이 따로 없어 거실에서 쓰는 리프트 테이블을 올려 소파에 앉아서 먹는다.

식탁이 차지하는 공간을 절약하고 티브이 보기도 편하고 꽤 좋다.

꼬들꼬들하고 짭짤 얼큰한 라면 국물과 바삭 고소한 부추전을 같이 먹으면, 비 오는 날 최고의 만찬이 된다.

비 오는 날만 누릴 수 있는 이 추적추적 시원한 분위기와 맛있는 집밥.

여러분들도 한 번 해 먹어 보길 바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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